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교방꽃상’ 인문역사서 발간

지난 26일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새로 발간한 책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진주 교방음식, 고문서 뒤져 집대성”
조사만 20년…진주의 맛 담아내
“맛·멋·건강으로 세계화 목표”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양반과 기생이 만든 풍류 진주 교방꽃상

“조선시대 한양 관리들도 반했다는 진주 교방음식을 누군가는 집대성해야 할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저밖에는 할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에 20년 가까운 자료 조사 끝에 발간한 책입니다.”

지난달 진주 교방음식에 관한 인문역사서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양반과 기생이 만든 풍류 진주 교방꽃상’을 펴낸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59)의 책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지난 26일 진주시 주약동 한국음식문화재단 진주사무소에서 박미영 이사장을 만났다. 명함을 교환할 때만 해도 “출판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요즘 건강이 많이 안 좋다”고 양해를 구하던 그는 책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눈을 반짝이며 열변을 토했다.

박 이사장이 진주 교방음식에 관한 저서 집필을 결심한 계기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주에서 유명무실하게 이름만 내려오던 교방음식의 실체를 규명하고 싶었다. 진주 교방문화가 왜 발달했는지, 그 뿌리를 찾아 진주의 맛을 복원하고 진주가 지녔던 과거 위상을 되찾고 싶었다.

박 이사장은 “지인들이 진주에 올 때마다 ‘진주엔 먹거리가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존심 상하고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도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낭설이고 ‘음식은 북평양 남진주’라고 할 정도로 진주는 미식의 도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진주 교방음식 조리법은 현대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과학적이고 맛과 멋을 겸비한 음식의 꽃”이라며 “꼭 재현하고 발굴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그간 유명무실하게 이름만 내려오던 진주 교방음식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진주지역 90대 이상 노유와 사대부가를 찾아다녔다. 사신 접대 예법(공식대부례), 오횡묵 총쇄록, 진주지역 진상품·풍토를 기록한 고서 등 번역이 필요한 한문 원서가 수두룩해 한학자에게 도움을 구해야 했다.

특히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일은 진주에서 이 음식이 왜 발달했는지 그 연관성을 찾는 작업이었다.

그는 “직접 조사·연구를 거쳐 복원하고 재현한 진주 교방음식은 총 90여 종”이라며 “책에는 역사적 맥락을 덧붙일 수 있는 일부만 소개하다 보니 담아내지 못한 음식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자료 조사에 20년, 집필에 2년, 다시 발간까지 1년. 인고의 세월을 거쳐 무거운 과제를 완수한 박 이사장은 이번 출판을 시작으로 진주 교방음식의 관광자원화와 세계화로 진주가 푸드 시티로 거듭나기를 꿈꾸고 있다.

책 발간은 전설처럼 구전되던 교방음식에 문화적·역사적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지역민을 비롯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자국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진주 교방음식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고명을 단순화하면 누구든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며 “이러한 교육 체계를 갖춘 아카데미나 프렌차이즈를 진주에 설립해 진주가 교방음식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단 홀로는 아무리 전력을 기울인다 한들 쉽지 않은 일인 만큼 행정 역시 힘을 보태주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박 이사장은 “천년고도 진주 맛의 원형인 교방음식은 이제 시작이다.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적극적 홍보·지원도 필요하다”며 “맛과 멋, 건강을 다잡는 진주 교방음식이 명품 한식의 세계화·대중화를 이끌 수 있도록 재단도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글=백지영기자·사진=박재건 인턴기자 bjy@gnnews.co.kr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하다’를 발간한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출처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http://www.gnnews.co.kr)